[강유의 유럽원정기] #5. 드디어 프랑스에 입성하다
프랑스는 제법 큰 나라다. 게다가 주변 나라들이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 프랑스는 그런 주변문화와 퓨전된 종합체라 볼 수 있다. 특히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이탈리아 요리의 대명사 피자~ 같은 특색은 없지만 다양함이 바로 프랑스 요리의 특징인거다~! 글·사진 | 강유
생각보다 일찍 프랑스에 들어섰다. 아마도 스위스와 독일에서는 제한된 일정에 맞추려고 조금은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흠~ 그런 것이야. 덕분에 프랑스 내에서의 일정은 조금은 널널해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너무 일찍 일어나 버렸다. 젠장. 이상하게 배가 고픈데 유스호스텔의 아침식사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을 나가보니 날씨가 흐린 것이 역시 오늘도 비를 맞지 않을까 싶다.
호스텔 안으로 들어오니 꼬맹이 두 놈이 탁구를 치고 있다. 후훗~! 이 몸도 군에 있을 때는 라켓꾀나 휘둘렀더랬지라는 생각에 꼬마 둘과 탁구를 한번 치자고 덤볐다. 물론 그놈들은 영어를 못하고 나도 프랑스 어에는 잼병이지만 사나이들의 승부에는 강렬한 눈빛이면 그걸로 족할 뿐. 결국엔 꼬맹이를 울려 버렸다. 아마도 일점도 따내지 못하고 진 것이 억울했었나보다. - -;; 하. 꼬마아이의 어머니를 보며 웃음을 지어 보았지만. 이거 원 민망할 뿐이다. 이제 옷을 가다듬고 프랑스로. 좀전까지의 적이었던 꼬맹이가 손을 흔들어보인다. 프랑스로의 길은 주욱 내리막! 바람에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속도를 내본다. 언덕을 달리자마자 나타난 프랑스의 국경 검문소. 하~ 뭐랄까 어이없을 정도로 한가하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그런 것일까 여권 검사도 없이 그냥 통과다. 이거 완전 근무 태만 아니야? 그리고 10여분 남짓 달리니 작은 마을 MAICHE 가 나타난다. 뭐 마을이 일요일이라 조용한데다 공사 중인 도로가 여기저기 파헤쳐져서 자전거가 달리기에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내 가방 안에는 스위스에서 비싸게 산 라면 한 봉지가 든든히 버티고 있기에 어떤 시련도 퀭한 날씨조차도 문제없다. 왜냐하면 오늘 저녁은 ‘라면’이기 때문이다. 생각만해도 군침이 슬슬 고인다. 라면도 나름대로 한식이라는 건가?
그런데 이 마을은 산 속에 있어서인지 길이 거미줄 같다. 게다가 안일한 마음으로 프랑스 지도는 내손에 없다. 이전에 독일에서 산 지도는 스위스와 독일 이 두 나라의 길만이 나와 있을 뿐이다. 흠. 그럼, 일단은 파리가 있는 북서쪽으로 무조건 달리는 거다~ 음... 아마 한 시간 넘게 달린 것 같다. 그런데 젠장. 아까 본 듯한, 젠장 다시 MAICHE 성당으로 돌아와 버렸다. 왠지 눈물이 난다. 간간히 비 맞아가면서 달린 건데. 오늘은 여기서 머물라는 신의 계시인가? 하지만 아직 오전 10시 30분이야! 나는 간다! 그런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서점이다. 낼름 프랑스 지도를 사버렸다. 그래! 난 지도가 있어야 그날의 계획을 짠단 말이야~ 여기서 제일 가까운 도시는 Besanson(베장숑)이다. 오늘은 나 여기서 머물고 말겠다는 맘으로 베장숑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런데 지도는 너무나 정확하다. 베장숑까지는 마을이 전혀 없다. 난감하다. 드디어 배에서 연료를 넣어달라는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웬걸, 음식을 파는 곳이 전혀 없다. 주유소 하나를 덜렁 지나 왔을 뿐. 그곳초차도 너무 멀어져 버렸다. 오늘 안그래도 1시간 넘게 제 자리 걸음을 했는데 이 이상은 안돼라는 마음으로 돌진을 하려니 정말 너무 배가 고파 오르막길에서 기어변속이 제일 가볍게 되어 버린다. 벌써 1100km를 넘게 달리고 있는 나였다.
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젠장 근처에 아무것도 없구만, 이건 왜 만들어 놓은거야! 으윽 물을 마시려고 생각해보니 부스럭! 라면 소리가 들린다. 이런, 엄청난 고뇌에 휩싸여 버렸다. 이걸어째 생라면으로 먹어야 하나. 별다른 도리가 없다. 눈물을 머금고 라면을 뽀개기 시작했다. 마음 한쪽엔 ‘안돼!’라고 외치지만. 어쩔 수 없다. 배가 고파~~~!!! 정말이지 이렇게 맛있는 생라면은 태어나서 먹어본 적이 없다. 내 한국 돌아가면 반드시 처음 먹을 음식으로 이 쉰라면을 먹고 말겠다! 계란 넣고 파썰어 넣고.... 라면의 힘으로 베장숑에 도착했다. 으~ 아침에 기상이변이라는 뉴스를 봤는데, 우박과 비를 뚫고 달려야 했다. 덕분에 온몸이 사시나무떨듯한데 일요일인지라 어디 들어 갈 데가 없다. 하핫! 정말 턱이 덜덜덜... 오늘은 정말 GG 선언이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케밥집이다. 무작정 들어가서 5유로짜리 세트를 하나 시켰다. 밥 먹던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들 쳐다 보신다. 아마도 비 쫄쫄 맞으며 자전거 유니폼을 입고 덜덜 떨면서 케밥을 주문하는 동양인은 모두들 처음 봤겠지? 뭐 하는 수 있나.
추워 죽겠는데.
당연히 라디에이터 옆자리에 앉았다. 주인 아저씨한테 영어로 싼 호텔을 물어 봤더니 난감하게도 영어를 전혀 못한다. 이거 어째야 하나... 그런데 정말이지 고맙게도 아저씨는 손님 중에 영어할 수 있는 사람 있냐며 물어보더니 한 쪽의 젊은 친구들에게 나를 안내해 주었다. (음... 영어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본 건 어찌 알아들은 거냐...) 여하튼 그 친구들이 나를 처음 보고 한 말. “왔썹맨~!” 허걱. 완전 힙합으로 무장한 건달들이다. 이거 말 잘 못하면 두들겨 맞고 돈빼앗기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지만,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으로서 여기서 기죽을 순 없지! 당당히 싼 호텔이나 유스호스텔 좀 알려 달라고 얘기 했고 예상외로 친절히 데려다 주었다. 하... 하핫. 그다지 나쁜 놈들은 아니었군. Hotel Du Nord. 그다지 싼 편은 아니었지만 뭐 시설이 ‘Good!’이니 이걸로 만족이다. 음... 샤워를 하고 나니 또 배가 꺼진다. 아까 그 집으로 다시 가서 진정한 케밥을 먹었다. 참고로 진정한 유럽의 케밥은 우라나라에 파는 호떡만한 사이즈가 아니고 어디서 파는 빅맥보다도 훨씬 크다. 그렇게 두 개를 먹고 나서 잠을 청한다. 몸이 고단할 땐 역시 먹고 쉬는 거야! 정말로 힘들었던 프랑스에서의 첫 날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프랑스와인 중 여성적인 맛으로 유명한 브루고뉴 지방이다.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디종은 브루고뉴의 중심 도시이다. 아침부터 날씨는 ‘Shet’이다. 여기서 하루 더 머물까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이 호텔은 너무 비싸다. Dison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 중간인 Dole 까지는 가겠다는 생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내 여행은 시장이냐? Dole로 달리는 길, 비가 너무나도 굵어져 주유소로 피신을 했다. 1시간 여를 기다리는데 맞으면 아플 정도의 비는 정말 X같이 내린다. 어쩔 수 없이 비를 뚫고 가기로 했다. Dole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머피의 법칙인가 이거 페달만 밟으면 비가 내리니.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왠지 오늘도 비를 뚫고 5시간을 더 달리면 내가 너무나도 처량해 보일 것같아서, St.vin이란 곳에 기차역 앞에 멈추어 섰다. 이거 내 각오를 꺽고 타야 하나... 이때의 심정이란... 결국엔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위함이야라고 자신을 합리화시켜 버렸다. 이곳 기차는 자전거 칸도 따로 구비되어 있는 것이 정말 최고다라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자니 딱딱한 안장에 적응이 되어 버려서 멀미가 난다. 젠장! 기차 뒤로 먹구름이 보인다. 자전거에서 물이나 빼 먹을 깜냥으로 자전거에 갔더니 지나가던 기차 내 근무 경관이 ‘Scott Good!’ 이라고 한마디 외치는데, 왜 내가 뿌듯한 거냐. ㅡ ㅡ;;; 내 칭찬도 아닌데.
어느새 Dison 도착이다. 그렇게 유스호스텔을 잡고. 미국인 룸메 크리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스콘신에서 왔다는데 자기 여동생과 여행 중이란다. 그리고는 둘이 프랑스에 왔는데 와인 한 잔이라고 슈퍼에 가서는 잔이 없어 병나발을 불었다. 그 여동생, 또 그의 룸메와 이렇게 넷이서. 술이 좀 들어가니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내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에서 군대 얘기까지. 역시 적당량의 술은 대인 관계의 윤활제같은 역할임에 틀림이 없다. 더 신기한 건 술만 먹으면 외국어가 술술~~ 이라는거. 비록 짧은 영어지만. 술의 힘으로 인해 이라크전 얘기부터 부시의 정책 북한 얘기까지 정치적인 얘기도 제법 나온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지금은 외국인을 보면 말이나 걸지 않을까 긴장하기 마련인데 ^^;;; 음. 젠장, 스위스를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머물었던 유스호스텔에 칫솔을 놓고 와서 오늘은 칫솔과 비누를 새로 샀다.ㅡㅡ;; 그럼 어제는 이 안닦았냐?
아침부터 비다. 디종을 떠나는데 이가 덜덜... 낮에는 좀 나아져라! 라고 주문을 마구 걸어 본다. 오늘의 도로는 N71과 N71X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지도에 보이는 거리가 X가 더 짧아 보이길래 과감히 선택한 것이 실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71번 국도는 평지, 71X는 거리상으로는 짧지만 산을 관통하는 도로 였던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오르막길과 씨름을 하고 있다. 비는 비대로 맞아가며, 점점 내가 철인이 아닐까하는 착각을 해 본다.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 Courtivvon이라는 마을의 교회처마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다. 이런 내가 불쌍해 보였을까? 교회의 신부님이 나를 안으로 들이셨다. 하핫. 영어를 제법 잘 하시는 신부님. 덕분에 따뜻한 커피와 크로아상 하나를 얻어먹었다. 뭐 나도 드릴 건 없고. 그냥 한국에서 가져간 도근 책갈피가 하나 남았길래 드렸다. 아마도 요건 버선모양이다. 여자한테 줬으면 더 좋았을 건데 ^^;;;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혹시나 했던 로맨스는 없을 전망이다. 혹시나 타국의 여성과 썸싱이 생기기를 바라기도 했었는데. ㅡ ㅡ;; 성당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천벌 받을래나? 불교신자인 나한테도 하느님은 모두를 사랑하신다니. 이렇게 만난 것도 신의 뜻이란다. 하~ 나 개종하는 거 아냐? 비가 약해져서. 차로 태워 주신다는 신부님의 권유를 정중히 거절하고 나는 자전거를 돌리는 게 신의 뜻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며 출발했다. 어찌어찌 도착한 Chatillon Sur Senne 라는 세느강이 흐르는 작은 도시. 여기도 여타 다른 브루고뉴의 마을처럼 비쩍 말라 보이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투어 오피스는 자원봉사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역시나 친절하게 저렴한 호텔을 소개해 주신다. 오늘은 신부님 덕에 점심 값이 굳어서 프랑스요리를 먹기로 결정하고 작은 레스토랑에서 Menu Du Jour를 먹었다. 흠흠! 역시 프랑스 요리랄까 오늘의 메뉴는 스파게티 종류였는데. 제법 맛있다. 이제 곧 파리다! 오늘은 이대로 호텔 침대에 누워 마들렌이나 먹으며 푹~ 쉬는거다!
파리로의 전초기지 Troyes. 까지 달리는 거다. 그리고 보니 프랑스에 들어와서는 스위스나 독일처럼 취미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을 못봤다. 자전거도로도 독일이나 스위스보다 떨어지고. 뚜르 드 프랑스의 나라인데 좀 실망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아무 일 없이 Troyes에 입성했다. 요기는 파리의 코앞 100km 지점. 파리로의 베이스 캠프이다. 어째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아주 먼 옛날 십자군 원정길의 휴식처가 되었던 그런 도시란다. 어~ 나랑 제법 안 비슷한가? 어째 어제 프랑스 요리를 맛보고 돈도 좀 여유가 있는가 싶더니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게 된다. Tip 프랑스 여행을 진짜로 하기 위함이라면 꼭 요리를 먹어라~! 프랑스는 제법 큰 나라다. 게다가 주변 나라들이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들 있고 해서 프랑스는 그런 문화와 (물론 요리도) 퓨전된 종합체라 볼 수있다. 비록 이탈리아 요리는 피자~! 같은 특색은 없지만 다양함이 바로 프랑스 요리의 특징인거다~! 그리고 반드시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는 sense~!
[이 게시물은 the bike님에 의해 2012-06-12 20:15:36 월간더바이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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